<p></p><br /><br />이번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로 가겠습니다. <br><br> 시민 수천 명이 독재 반대 시위에 나섰는데 군부는 인터넷도 SNS도 차단해 버렸습니다.<br> <br>국민영웅이자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아웅산 수치. 수치의 문민정부는 왜, 위기에 빠진 걸까. <br><br>세계를 보다 유주은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은 8년 전 방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. <br> <br>그는 독립운동을 주도해 미얀마의 국부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입니다. <br> <br>[박근혜 / 전 대통령(2013년)] <br>"국민을 가족 삼아서 사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." <br> <br>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수치 고문이지만, 자신의 정치적 한계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. <br> <br>[아웅산 수치 / 미얀마 국가 고문(2013년 평창 스페셜 동계올림픽)] <br>"미얀마 정부는 <군부 지원>을 받고 있죠. 더 자세히 설명하면 여러분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." <br> <br>그로부터 2년 뒤, 수치 고문은 민주주의 민족동맹, NLD를 이끌고 총선에서 압승했습니다. <br> <br>문민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완전한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. <br> <br>'군부' 때문이었습니다. <br> <br>[1993년 KBS 보도] <br>"문민정부의 첫 개혁 대상은 '군'이었습니다." <br> <br>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육군참모총장과 국군기무사령관 경질을 시작으로 군내 사조직인 '하나회'를 척결했습니다. <br> <br>YS는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대적인 하나회 출신 인사들을 경질하며 군의 정치개입 여지를 잘라냈습니다. <br> <br>그는 나중에 "하나회 척결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다"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, 오랜 영국의 식민 지배와 소수 민족 내전 등을 겪어온 미얀마 군부는 달랐습니다. <br><br>지난 2008년 군이 주도해 만든 헌법만 봐도 그렇습니다. <br> <br>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국회의원 25%는 군부에 자동 할당합니다. <br> <br>배우자 또는 자녀 등 직계 가족이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없습니다. <br> <br>수치 여사의 남편과, 두 아들은 모두 영국 국적입니다. <br><br>미얀마 문민정부의 한계는 로힝야족 사태 때 극명히 드러났습니다. <br> <br>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수치 고문이 군부의 소수 민족 탄압을 사실상 묵인한 겁니다. <br> <br>[아웅산 수치 / 미얀마 국가 고문(2019년)] <br>"잘못을 저지른 군인과 장교들을 적극 수사하고 처벌하는 국가에 (로힝야족에 대한) 대량학살 의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?" <br> <br>그럼에도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들의 80% 이상이 여당을 지지하자 군부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. <br> <br>[민 아웅 훌라잉 / 미얀마 군 최고 사령관(지난해 11월 3일)] <br>"헌법은 다당 민주주의 길을 지향합니다. 이를 강화하려면 군대도 나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." <br> <br>그리고, 새 의회가 출범하는 날에 맞춰 군을 동원해 국가 권력을 차지했습니다. <br> <br>미얀마에서는 어제 3천 명 가까운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. <br> <br>시민들은 선거, 민주주의, 자유를 뜻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. <br><br>[현장음] <br>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동참 동참 <br> <br>[미얀마 대학생] <br>"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군사 정권을 무너뜨려야 합니다!" <br> <br>유혈충돌은 없었지만, 군부는 SNS와 인터넷을 끊어버렸습니다. <br> <br>[최영준 / 경희대 미얀마 연구센터장] <br>"(군부가)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강하게 핑계를 대거나 해서 진압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죠." <br> <br>미얀마에서는 요즘 이 노래가 다시 불리고 있습니다. <br> <br>[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노래] <br>"어찌 잊으리~ 우리네 피로 쓴 역사를. 저항!" <br> <br>88년 유행했던 '더스트 인 더 윈드'를 개사해 부른 겁니다. <br><br>자택에 갇힌 수치 고문이, 그를 따르는 시민들이 꺼져가는 미얀마 민주화 봄을 살려낼 수 있을지. <br> <br>세계를 보다, 유주은입니다.<br><br>유주은 기자<br>grace@donga.com <br> <br>영상편집 : 차태윤